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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꿈

금연 7주차에 돌입했다..기엔 가끔(이라기엔 거의 매일) 한대씩 피곤 하지만, 이정도면 금연과 다름없다고 생각하니 금연이라고 말하고 있다.


불가능할거라 생각하며 미뤄왔던 금연을 생각보다 수월하게 유지하고 있는 건 약의 힘이다.

언제부턴가 동네 병원에 가면 금연프로그램 홍보 포스터가 눈에 띄었고, 혹시라도 금연을 하게된다면 도움을 받아야겠다는 생각했었기에 마음을 먹고 병원을 갔던게 벌써 46일 전 일이다.


금연 이런거 뭐 자랑이라고 주절대는 이유는 복용하는 약을 이야기하기 위함인데, 가히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이 약(개인적인 의견일 뿐, 약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고싶다면 전문 의사와 상담하세요.)에게 하나의 단점이 있다면 생생한 꿈을 자주 꾼다는 것이다.

이거만 빼면 정말 완벽한데.. 사실 너무 크리티컬한 부작용이다. 나만 그런가 하고 검색을 해보니 약 40%의 확률로 이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젠 기억이 잘 나지 않아 썰을 풀기 어려워졌지만, 복용 이후 생생하게 꾼 꿈들은 하나같이 부정적인 내용의 꿈이었다. 예를 들자면 누가 날 칼로 찌른다던지.. 이런 꿈.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유재석님이 몰고 있는 차의 뒷자리에 앉아있었고 조수석엔 박지성님 혹은 그정도로 좋아하는 어떤 인물(혹시 신해경?)인데 뒤에서 봐서 얼굴을 명확하게 보진 못했다. 여튼 두 분다 내가 엄청 좋아하는 분들이었다.


상황은 대충 이러했다. 유재석님은 택시기사 컨셉으로, 우연히 탑승하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토크쇼의 MC였고 나는 우연하게 그 택시를 탄 거였다. 나는 감격스러운 마음으로 속으로 말했다.

'주님 제게 이런 일이..? 하지만 제 삶에 로또 1등은 없겠군요.. 그래도 너무 감사합니다..'


그렇게 대화에 심취한 와중 어느 순간 좀 이상했다. 배경은 황무지같은 곳으로 변해있었고 우린 1차선 길을 달리고 있었는데 조금 더 가면 코너가 있었고 코너를 지나면 가파른 각도의 도로가 낭떠러지처럼 이어져있었다. 저길 내려가다 차가 뒤집히진 않을까, 아무리 유재석님이래도 이건 엎어질게 분명해보였다.


엄청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다가오는 가파른 길을 보다 주변에 여러 동물들이 돌아다니는게 눈에 띄었는데 그 중에서도 공작새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실제로 본 적이 없었다면 상상의 동물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아름다운 동물이라고 찰나에 생각했다.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우리는 가파른 길에 진입 직전이었고 곧 떨어지기 시작했다. 차와 나의 몸이 붕 뜨는 걸 느꼈고 순간, '엥 나 벨트를 안한거야? 미친..' 이라는 생각과 함께 알람이 울려 잠에 깼다.


다음 내용이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해 다시 자고 싶었지만 이제 보면 어쩌면 꿈의 끝에서 깬거구나.. 싶기도 하다. 하여간 이 꿈을 꾼게 너무 기뻐서 기록하고 싶었다.


어느새 4월이구나.. 올해는 이런저런 일로 너무 바쁜 해라 지난 달에 적을 때만 해도 이렇게 텀이 길어질 줄은 몰랐다.


오늘은 이승열님의 '날아' 라는 노래를 부르다 벌컥 눈물이 났다. 노래를 부르다 눈물을 흘린게 처음일지도..(정말 눈물이 없는 사람인데 1-2년 전부터 이따금 울컥한다. 물론 어릴 때는 일일드라마만 봐도 펑펑 울었음) 언제쯤 이런 가사를 쓸 수 있을까? 어릴 때는 이런 곡을 들으며 단순히 그 상황을 그리는 데에 그쳤다면 요즘은 작가의 당시 기분이 이랬을까, 생각이 든다. 부족한 나의 마음으로는 순수하게 누군가를 응원하는 마음만으로 이런 가사를 쓸 수 있을까,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꿈을 꾸었으니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지. 언젠가 순수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응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지.


(겨우 몇 살이라고)지금 정도의 나이가 되니 몇십년간 믿어왔던 진리와도 같았던 마음들이 생각보다 어리석은 생각이었구나 싶을 때가 있다. 나 생각보다 이런 면은 좀 별로였네? 라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기도 하지만 자괴감을 지나면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감정이 들기도.


요즘 너무 바빠서 나를 뒤돌아볼 시간이 잘 없었는데 오늘의 눈물과 일기가 정신없이 내팽겨쳐져 있던 생각과 마음을 요약해주는 것 같다.


조금 부끄러운 일기라 이건 지우게 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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